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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교육에서 공정의 가치를 실현해야한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였다. 조국 사태로 비화된 수시제도의 문제는 어느덧 정시확대 논의로 이어져 아직까지도 찬반양론이 첨예하다. 우리나라는 소위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교육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그런 만큼 교육제도는 양질의 인재를 발굴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만 매몰되어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한 수시제도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가장 큰 가치로 내세운다. 그러나 선생에게 전적으로 평가의 권한을 위임하여 학생들을 통제하는 방식을 공교육의 정상화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학생들은 선생의 부당한 처우에도 마땅히 대응하지 못하고 순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좋은 평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선생이 가르치는 내용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역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선생의 말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주체성은 말살되고 오직 만들어진 스펙만이 남게 된다. 그렇게 상위권 대학에 입학한다고 하여 좋은 인재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그렇다고 정시가 해답인 것도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줄 수 있는 어떠한 수단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함을 자처하지만 결국 학군이나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성적 분포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한편 기회균형, 지역균형 등 정성평가로 개인차를 반영할 수 있는 수시제도가 기회의 평등측면에서 더 공정한 제도일 수도 있는 이유다. 더욱이 입시에서 정시가 중심이 되었을 때 공교육이 심각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잠을 자는 그때 그 풍경이 재현되는 상황을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입시 제도를 바꾸는 것으로는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공교육의 체질 자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의사가 사람의 몸을 다룬다면 선생은 사람의 정신을 다룬다. 그러나 의사를 뽑는 데는 혼신을 기울이는 반면 선생을 선발하는 데에는 그만큼의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다. 국가가 공교육으로 국민들의 교육수준을 높이겠다고 주장하려거든, 선생의 질부터 높여야 한다. 기존의 선생들에 대해선 각종 평가지표를 도입하여 주기적으로 자격을 갱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장차 교직에 임할 선생들에게는 의사에 준하는 평가 방식을 적용하며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교육 수준은 여전히 국어, 영어, 수학에만 머물러 있다. 나 역시 그렇게 국어, 영어, 수학을 공부해 대학에 왔다. 그러나 학창시절 배웠던 국어는 나에게 글 쓰는 능력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영어는 쓰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쳐주지 않았으며, 수학은 실용성이 떨어져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여전히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정시냐 수시냐를 두고 다투기 바쁘지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교육제도의 개편은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 미래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교육은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자질과, 스스로 행할 수 있는 주체성이다.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의를 멈추고 진정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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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11-24 15: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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